핸더슨 비행장. 그리고 후치다 전기
1. 최근에 진주만 공격을 이끈 후치다 미츠오의 전기 "신의 사무라이"를 읽었습니다. 제목이 상서롭지 않은 건 이 사람이 전후에 한때 군과 인연을 끊고 농사를 짓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개종하였고 말년을 세계를 도는 전도사로서 보냈지요. 이 전기는 그의 생애를 아주 담담히 그립니다. 진주만 부터 패전까지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그리고 있고 반면 기독교에 몸담는 후기 부분은 상당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2008년대의 남한 사회와 키보드 워리어의 "적"이라고 할수 있는 "일본놈"과 "개독"이라는 두 요인때문에 인기가 없을수도 있습니다만 (아마 진중권 같으면 덜덜덜 떨다가 정신이상으로 쓰러질 요소군요.) 사실 후치다도 좀 다르게 볼수 있는게 이 사람은 "나쁜 나라"에서 "잘 싸운 군인"이라는 것이 문제이지.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일본의 전쟁범죄와는 사실 무관한 타입이지요. 실지로 전후에 미군 전사 기록처에서 기록 대조와 회상때문에 소환된적은 있어도
전범 재판에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뭐 개인적으로 강간이나 인육섭취나 생체실험같은 쪽과는 거리가 멀고 침략전쟁을 기획하기에는 지위가 높지 않았지요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말년에 하와이. 괌. 필리핀등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였거나 일본의 침략에 고통받았던 여러 국가들을 돌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당시의 직접 피해자들과 면담하고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요(물론 진생같은 사람에게는 그게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재밌는건 이 사람이 기독교에 몸담기 전만해도 미국이 고발하는 "일본 포로 수용소의 만행"에 대항하고자 "미국 포로수용소의 만행"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다녔었다지요. -_-;;; 그 와중에 자기 친구의 돌이킬수 없는 운명(그러니까 미드웨이에서 포로가 되었는데 군에서는 당연히 죽은줄 알았고 이 사람은 가짜 이름을 알려주는 바람에 적십자에서도 이 사람의 생존에 대해서 알수 없었고 마누라는 남편이 죽은줄 알고 재혼해버렸음 -_-;;-나중에 남편은 자살합니다)에 대한 회한과 전쟁 말기에 일본군에 의해 참수된 미국 선교사 부부의 딸을 만나서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사실 책 후반은 "기독교 전도기"라는 점이 상당히 거슬릴수도 있지만 의외로 이런 책에서 흔히 볼수 있는 선민의식으로서의 기독교인에 대한 서술도 아니고 따뜻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후치다 자신이 뻔뻔스러운 전범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제 침략을 미화하지도 않고 사죄하러 다닌 점도 있겠지요

3. 그러고 보니 태평양 전쟁+ 기독교의 결합은 소싯적에 자주 양산된 -무려 일본에서도 교회에서 돌려본- "신사참배 반대 목사님 투쟁기"나 유명한 괴서 "핸더슨 비행장"이 있군요. 전자는 사실 사회적 이야기를 본다면 상당히 짜증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버글버글합니다만 -_-;;;; 후자는 많은 분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핸더슨 비행장에서 "태평양 전쟁의 승리요소는 신의 손"이라는 이야기부터 "미드웨이에서 주님이 구름을 이끌어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미국은 패전했을것이다" -_-;;의 압박과 자기 신앙생활 자랑은 대략 정신이 멍할 정도입니다. -_-;;;; 후치다가 "잘 익은 벼"라면 이 사람은 "보리"도 안되는 사람이지요.

"핸더슨 비행장"에서도 후치다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이 사람이 기독교에 몸담은 이야기가 아주 유치찬란하게 소개됩니다. 사실 이 경우는 뭐라고 못하는게 후치다 자신이 실제로 기독교에 몸담았고 일생을 선교 사업에 바쳤으니까 뭐라 할건 없어요. 문제는 "핸더슨 비행장"에서 후치다 만큼이나 "기독교에 심취한" 주님의 자녀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라는 겁니다.

4. 객관적으로 말해서 야마모토 제독은 기독교와 무관합니다. 후치다처럼 기독교에 몸담을 만큼 오래 살지도 못했고 그 자신이 기독교 신자라는 걸 공언한 적도 없어요. 에도 막부 시대도 아닌 이상 "기독교를 믿는다"고 해서 인간 인수분해나 두개골 강도 시험에 동원될수도 없었습니다.(신사 참배 문제를 드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일본및 조선 기독교의 공식입장이 신사 참배 찬성이었습니다. -_-;;) "핸더슨 비행장"의 저자는 야마모토의 어린시절과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마구 붙여서 "아마도 마음으로는 기독교에 깊이동참했을거"라고 공언합니다.

이 시각은 하나에요. 사실 야마모토 제독 자신이 731이나 남경이나 마닐라 학살에 가담하지 않았지요. 물론 전후까지 살아남았다면 "침략전쟁을 기획"했던 죄로 전범 재판에 올라갔을것이고 미국민의 평소 입장때문에 중형을 받았을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죄와는 무관하지요. 더군다나 1970년대 해군 중심 사관(그러니까 태평양 전쟁이 쪼올딱 망하고 아시아인들에 대한 난행이 자행된건 육군의 책임이 크고 해군은 황군에서도 합리적이었고 그러한 해군의 합리성은 70년대 종합상사 이론에 적합하다는)에서 비롯된게 있지요.(물론 이건 상하이 사변이나 기타 몇군데서 일본 해군 육전대가 벌인 행각을 고의로 망각해버린 책임이 큽니다)

"핸더슨 비행장"의 저자는 "기독교"라는 이러한 사고 방식에 기독교라는 큰 틀을 넣다보니 괴이한 이론 전개까지 간것이지요. 물론 "예수믿고 구원받았다"는 논지라고 할수 있고 그건 후치다의 경우에는 해당되어도 전혀 무관한데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을 무리하게 내편으로 끌어들인거라는 건 개그라고 볼수 있지요. -_-;;

5. 같은 주제라도 이렇게 극과 극으로 쓸수 있다는 건 저자의 역량이겠죠 ^^

ps: 후치다 관련 전기인 "신의 사무라이"는 추천할만합니다. 기독교라는 주제도 무리 없이 끌고 나갔으니까요. 굳이 말씀드리면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고나 할까요?

후치다 자신은 상당히 반공주의자였답니다. 의외로 그가 "개종" 했다고 비난한 사람들은 구 황군 관련이 아니라 공산주의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후치다, 그대는 왜 천황을 버리고 맥아더가 일본 국체를 말살시키려고 퍼뜨린 기독교를 믿느냐. 어서 기독교를 버리고 일본 인민을 위해서 "맑스 레닌주의"로 돌아서라" -_-;;;라는 류의 이야기를요. 실지로 많은 경우 인기때문에 공산당 가입권유도 받았다고 합니다.

논란이 많지만 전 "핸더슨 비행장" 저서를 상당히 안 좋게 봅니다. 노골적인 종교 중심주의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너무나 부실하지요. 차라리 라이프 2차 대전이나 승리와 패배, 혹은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 정도도 이 책보다는 훨씬 더 유익한 정보를 얻을수 있습니다. 딱 1980년대 일본책 짜집기의 압박이 심했던 "반공"서적 "스탈린그라드 전투" 수준이에요.

731부대의 이시히 시로같은 특이한 경우는 두번째고 "징기스칸 전술"의 압박에 군단을 말아먹은 괴인 "무다구치 랜야"나 "작전의 (병)신" 츠지같은 사람이 알고보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거나 선교사랑 관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핸더슨 비행장의 저자는 알고보니 무다구치도 명장이다. 나 "억울한 츠지"라는 떡밥을 날렸을겁니다. 이런거야 종교뿐 아니라 정치적 신념에도 같이 돌아가는 이야기니까요.

후치다 미츠오는 70년대 한국도 방문했답니다. 휴먼 카인즈의 "승리와 패배"에 사진설명에 나와 있더군요

실제 인물 사진을 보니 영화 "도라! 도라! 도라!"에 나오는 배우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_-;; 하기야 이 작품의 "일본" 흥행성공후 관련 영화에서 그 배우들이 그 역할을 그대로 맡았다지요. 의외로 도라~에 출연한 일본 배우중에 헐리웃에 진출한 배우는 극중에서 "겐다" 참모로 나오는 배우였지요.(얼마전 모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웃은 한국 원로배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OTL) "지그재그 달리기가 살길이다"로 유명한 모 영화에서 상당히 두뇌회전이 빠른 일본 장교로 나왔습니다.
by 이준님 | 2008/09/15 09:26 | 역사단상 | 트랙백 | 덧글(21)
트랙백 주소 : http://kastlerock.egloos.com/tb/461344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09/15 10:22
한번 읽어볼만한 책인거 같은데.. 번역되어서 나왔는지요?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8/09/15 10:33
핸더슨 비행장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좋은 편이던데 그런 요소도 있었군요. 중세로 보낸다면 훌륭한 역사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블루드림 at 2008/09/15 11:02
호오 저도 끌리네요. 하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듯 해서 아쉽네요^^
Commented by 카구츠치 at 2008/09/15 12:05
번역이 안 되었다면 원서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9/15 12:26
후치다는 이렇게 살았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겐다는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겨울눈꽃 at 2008/09/15 12:35
겐다 미노루 참모는 종전후 정계로 진출합니다. 참의원도 지내고 제가 알기로는 방위청장이었던가...아무튼 이쪽 계열의 고위 관료로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9/15 13:30
핸더슨 비행장이 호평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아마 과달카날 전투에 대한 자료 자체가 드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_-

서점에 갈 때마다 한 번씩 살펴보기는 하는데, 중간중간 워낙 어이없는 글들이 많아서 살 생각이 아직도 안 나더군요. --;
Commented by 지나가던놈 at 2008/09/15 14:11
쓸데 없이 평점 높은 책이죠..정말..

읽는 중간에 짜증이 마구마구..태평양 전쟁에 대한 서적이 워낙 없다보니

과대평가 아주 심합니다.
Commented by StarLArk at 2008/09/15 15:08
진중권씨가 어째서?

번역본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군요.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8/09/15 15:24
번역본을 구하고 싶군요. 핸더슨 비행장....저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 종교부분이 전사로서의 접근을 힘들게 만들었지요. 차라리 역사코너가 아닌 종교코너로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Commented by 재팔 at 2008/09/15 16:36
후치다의 자서전도 최근 일본에서 발견되어 출간되었죠,
http://www.amazon.co.jp/%E7%9C%9F%E7%8F%A0%E6%B9%BE%E6%94%BB%E6%92%83%E7%B7%8F%E9%9A%8A%E9%95%B7%E3%81%AE%E5%9B%9E%E6%83%B3-%E6%B7%B5%E7%94%B0%E7%BE%8E%E6%B4%A5%E9%9B%84%E8%87%AA%E5%8F%99%E4%BC%9D-%E6%B7%B5%E7%94%B0-%E7%BE%8E%E6%B4%A5%E9%9B%84/dp/4062144026/ref=sr_11_1?ie=UTF8&qid=1221464172&sr=11-1

태어날 때의 얘기나, 아츠키 기지 지휘관과의 얘기등.. 재밌는게 많죠.ㅋ
Commented by 캐안습 at 2008/09/15 17:24
종교부분만 아니라면 구입했을 책입니다.
Commented by 빛둥 at 2008/09/16 08:12
제가 이해하는 진중권씨의 글과 태도로는,

기독교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마치 이슬람교나 불교를 싫어하지 않는 것 처럼요...

단지 한국적 현상으로 이상한 권력욕과 기괴한 행태를 보이는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거죠.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도 아주 가끔 비판하죠.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글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군요.

진중권씨 아버님은 목사셨는데, 그에 대해서도 안 좋은 기억으로 글을 쓴 적도 없고요. 이건 당연한가? -_-
Commented by Empiric at 2008/09/16 10:44
진중권씨 본인이 기독교인입니다.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09/16 11:01
지난 샘물교회 피랍 때 네티즌 사이에선 "순교하라"는 소리까지 나왔었지요. 그때 진중권이 정면으로 맞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9/16 14:47
진중권 어쨌든 무늬상으로는 기독교도입니다. 본인의 아버지는 교회를 짓기 위해 집안을 탈탈 턴 적이 있을 정도로 집안 자체는 강한 기독교이지요. 본인이 주일학교 선생을 한 적도 있고 해서...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09/16 15:02
그러고 보니 <내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의 저자 소개가 떠오르는군요. "교회 주일학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 적색소조활동을 펴는 등" 여기서 아주 뒤집어졌다는....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09/16 14:55
그리고 진생이 일본에게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엔 좀 그렇습니다. 일단 마누라부터 일본 사람이고(-_-), <레퀴엠>에서는 오키나와에 있는 처갓집 사람들에게 2차 대전 당시 추억을 듣는 것도 나왔더군요.
Commented by 천마 at 2008/09/16 16:14
"핸더슨 비행장"의 독서평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게 종교묘사부분이기에 책 사는 것을 쭉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준님 평을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듯 합니다.

저자가 군사사중에서도 태평양전쟁이나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은지 이 책 속편이라 할 수 있는 "베시오 비행장"이나 한국전 관련책인 "바다여, 그 말 하라"나 "기갑전으로 본 한국전쟁"등 국내 자료가 별로 없는 부분에 관한 책을 썼던데 핸더슨 비행장에 대한 평때문에 이 책들 역시 구입을 망설이는 중입니다. 다루는 주제는 참 좋은데....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9/16 21:25
바다여 그 말하라는 그렇게 종교적인 티는 안냅니다. 그저 저자 소개에서 나오는 정도? 약간 국방부 정신교육 자료 같은 티도 나는데 그거야 나이있는 양반들이 이런 책 쓸 때 보이는 정도고...... 최소한 북한 상륙선이 신의 징벌로 침몰했다, 수준의 말은 안나옵니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9/16 21:58
국체 타령하는 공산주의자라... OTL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