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턴트 맨의 죽음. 그리고 VJ 특공대 이것 저것
1. 서울 방송 초기에 여러 괴작(이기보다는 거의 쓰레기급의 퀄리티를 자랑하는)들중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극중에서 신혜수(백치 아다다의)가 극중에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는데 알고보니 안 죽었지롱~이라는 떡밥으로 나중에 다른 신분을 가지고 나타나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이 있었지요. 일단 그러다 보니 "사고"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일이 생긴겁니다.

그때 스턴트 맨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분 한분이 고용된겁니다. 군대도 빡센곳에 나왔고 와이어 액션을 배제하고 -_-;;; 실제 굴르고 뛰어 내리는 역을 주로 했고 이런 저런 영화의 대역으로 자주 나온 분이었지요. 상당히 특이한 직업에다가 주변 인간 관계도 괜찮은 탓에 공교롭게도 마봉춘의 인기 휴먼 다큐 인간 시대에 주인공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우연으로 겹치기 출연한거지요.

2. 마봉춘으로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탓이 있습니다만 하여간  이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한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큐의 절정 부분은 앞서 말한 서울방송의 그 프로 촬영으로 하고 그 장면을 "성공적으로 촬영"하고 박수 받는 장면에서 마무리 하도록 콘티가 짜였죠. 이건 "다른 방송 촬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서울방송과 합의를 보았고 서울방송도 일종의 자사 드라마 광고의 입장에서 그것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3. 자.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하실겁니다. 이 사람은 정두홍 감독처럼 자기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그런데 사고 당하는 건 "신혜수"인데 왜 이 사람이 나오는지를요. 예 그러니까 신혜수처럼 머리를 뒤로 묶고 운전대에 앉아서 직접 차를 타고 통째로 강물에 뛰어드는 아스트랄한 연기를 하는 겁니다.(이왕 하실거면 수염이나 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마봉춘의 인간시대 팀과 서울방송의 드라마팀이 합작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물에 차째로 뛰어들었는데. 1차에는 실패를 했지요.  -_-;;그래서 좀 쉬었다가 다시 한번 차째로 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물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_-;;


결과적으로 마봉춘은 주인공이 실제 죽는 스너프 필름을 찍게 된겁니다. 사람의 사고및 사망 현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게 된 마봉춘에서는 고심끝에 비록 그 사람이 주인공이지만 그 장면을 100% 보내기는 어렵다고 본겁니다. 그래서 결국 촬영장의 스틸사진과 당시 소방서에서 찍은 스틸사진으로 대체합니다.(그리고 후반부는 장례식 장면을 넣구요) 이 스틸 사진 자체도 실려가는 시체의 "다리"부분 노출이나 얼굴 가린 장면이 그대로 나왔지요.

4. 그런데 이 사건 이후에 논란에서 어느 누구도 마봉춘의 노출을 문제삼지는 않았습니다. 서울방송에서는 마봉춘에서 다큐찍으려고 오버하는 바람에 2차 시도를 했을거라는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고 이런 사건때 잘 나오는 "보상금과 처우 문제"가 시끌시끌했지만 장례식이나 시체 노출(도 아니지만)을 문제 삼은분은 없었어요. 그리고 그냥 저냥 넘어간겁니다.

5. 이번 VJ 특공대 논란의 경우는 몇가지 다른 점이 있어요. 일단 마봉춘의 인간시대와는 달리 안재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는 거지요. 소방관의 하루라는 다른 제목이고 거기에 우연찮게 안재환씨 건이 걸려들어간겁니다. 유해 노출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지요. 방송 심의상 끔찍한 장면을 여과없이 방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게 안재환씨건 장삼이사건 노숙자건이요. 오히려 나름대로 뜻깊고 연예 프로보다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수 있었던 기회지요. 자. 그런데 국영방송에서는 이미 무리하게 그걸 포털을 통해서 "광고"를 했고 막상 열어보니 "안 나왔다" -_-;;는 겁니다.

이건 사실 이렇게 보면 되요. 중요한 사건이고 하니 아예 "재대로 된 그림"을 찍기 어려운 겁니다. -사건 현장의 공식 기록은 소방관이나 경찰들이 찍는게 많습니다- 국영방송에서는 재대로 된 떡밥을 물었지만 공개하기는 너무나 제한 된 상황이니 방송하기는 뭐하고 그러니까 사기를 쳐서 시청다들을 불러 모은후 "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뻥친거지요. "있는데 안 한게" 아니고 "아예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더군다나 당시 다른 프로를 본다면 마봉춘의 미션임파시블 3이야 그렇지만 당시 서울방송의 파일럿 프로로 인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요. 국영방송은 특유의 "저열한 광고풀기"로 시청자들을 우롱한것이지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겁니다.

진짜로 죽은 사람 이용하는 마켓팅을 해야하는지 의문이 드네요

PS: 앞서 스턴트맨 사망이후에 서울방송은 결국 재촬영을 하지요. 그건 "진짜"신혜수가 충돌 직전에 정지동작하는 장면으로 대체했습니다. 근데 첨부터 그렇게 찍었으면 사람은 죽지 않았을걸요
by 이준님 | 2008/09/13 12:20 | 비뚤어진 잡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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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주코프 at 2008/09/13 12:57
'스턴트맨 정사용'이란 타이틀로 만화작가 일명 '강풀'이 다뤘던 적 있죠.. 강풀식 감상주의가 상당수 녹아있었던..
Commented by anaki-我行 at 2008/09/13 13:38
인간시장을 보고 스턴트세계로 입문한 분도 많다는 전설이 있다죠...
Commented by 自重自愛 at 2008/09/13 15:30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계신 이계진 아나운서가 자기 책에서도 그 스턴트맨 얘기를 했더군요. 책 제목은 [정말, 경찰을 부를까?](우석, 1995)

드라마 제목은 <비련초>였고, 돌아가신 분은 강원도 홍천 출신이라고 하구요. 돌아가신 분을 다룬 <인간시대>는 1992년 10월 즈음에 방영된 것 같네요. 이계진 아나운서의 책에 따르면, "MBC로서는 당시 '파행방송'이 계속되던 때라 시청자를 흡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267쪽)이라는데, 당시 MBC의 '파행방송'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남. -_-

타고난 체력과 준수한 용모를 자랑하는 분이었다고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카구츠치 at 2008/09/13 19:34
MBC가 내홍을 심하게 겪고 있던 무렵이 아닌가요? 90년대 초반이라고 하면..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8/09/13 17:59
결론은 대국민 낚시를 한 거였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9/13 20:32
죽은 사람을 두번 죽이는 짓이로군요. 안타깝습니다 OTL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9/14 00:34
이런 내막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8/09/14 05:44
인간시대 그 프로그램 봤던 기억이 있네요. 제일 마지막 멘트가 "결국 드라마에서는 강에 떨어지는 장면을 빼고 끝났다. 그가 죽은 장면은 결국 NG가 되었던 것이다.." 운운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심재호 at 2008/09/14 14:33
이래저래 슬픈 일이군요.
Commented by 천마 at 2008/09/16 16:01
인간시대였던가요. 그거 기억납니다. 마지막 스턴트가 차가 강으로 떨어지는 거였는데 똑바로 떨어지지 않고 거꾸로 떨어지는 바람에 제때 탈출하지 못했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신문이나 여성지등에 실렸던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스턴트맨을 거의 최초로 다뤘던 프로였는데 그 당시 "전우"나 "3840유격대"등으로 우리나라 스턴트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나온 프로그램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국 스턴트맨의 열악한 환경과 대우, 그 속에서 보여준 직업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죠.

죽은 그분이 힘들고 위험한 스턴트는 거의 맡아서 하던 베테랑으로 자기 스턴트회사(?)를 가진 분으로 당시 스턴트맨 양성도 도맡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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