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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나가던 주걱턱 배우 커크 더글라스는 자신의 영화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제작자로서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던 그가 제작자이자 배우로서의 하나의 금자탑을 세울만한 역할을 찾는건 당연한것이고 그래서 1950년대 초반에 나온 하워드 페스트 원작의 "스파르타커스"에 주목합니다.
내용이야 소싯적 로마에서 일어난 실제의 반란 사건을 다룬 것으로 전형적인 후일담 문학입니다. 사망한-그러나 시체는 인수분해 되서 찾을 길 없는- 스파르타커스의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소설 내부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대한 묘사와 노예제의 붕괴(자연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우파인 저도 읽기에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작가가 좌파 운동으로 석연치 않은 혐의로 FBI에 체포되었을때 감옥에서 쓴 겁니다. 출판도 무지 어렵게 되었지요. 커크 더글러스로는 이 작품의 저항정신에 감동해서 헐리웃적으로 각색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 될거라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2. 자. 그런데 처음 각본가로 지명된 사람이 하워드 페스트 자신입니다.(이 조건으로 자본주의의 산실인 헐리웃에 각본을 판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헐리웃의 생리를 전혀 몰랐고 "시나리오"는 네 글자이다. 라는 수준의 피상적 인식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소설에 정제되지 않은 사상을 설파하는데 주목한거지요. FD 수첩이나 진x권이나 한겨레 게시판에서 댓글 키보드 워리어 수준의 글을 올렸으니 커크 더글러스로는 상당히 짜증이 났습니다.(나중에 잠깐 언급하기로는 영화화할 수준이 아니더라더군요) 그래서 페스트를 한국 방송 작가로 쫓아보내는게 나을 정도인걸 알게 되자 이번에는 헐리웃에서 알아주는 각본가 달톤 트럼보에게 이 프로젝트가 넘어갑니다. 이 사람은 "동경 상공 30초"(2차 대전때 육상 폭격기 편대가 항모에서 발진해서 동경을 공습한다는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를 영화화한)이래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한 1급 작가였습니다. 문제는 이 아저씨 역시 "비미 위원회"에서 동지를 팔아먹지 않은 "죄"로 감옥에 가게 되고 헐리웃에서 기피 인물로 찍힌 "좌빨"이었다는 겁니다. 3. 보통 당대의 "헐리웃 좌빨"들이 가는 길은 그랬지요. 1) 채플린처럼 가진 돈을 털어서 외국에 가서 은둔하던가 2) 많은 40년대 갱영화 주-조연들처럼 직장 잃고 알콜 중독에 빠져서 살다가 저승으로 이민가던가 3) 엘리아 카잔이나 아돌프 멘주처럼 동지를 팔아먹고 얼굴에 초합금 Z를 깔고 살던가 4) 여기 나올 달톤 트럼보처럼 "프론트"내지는 가명으로 참가하던가입니다. 그러니까 트럼보의 경우는 많은 이들이 이름을 "빌려"주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 이름을 내세워서 각본을 쓴겁니다. 오드리 햅번의 청순 가련 연기의 결정판 "로마의 휴일"의 경우는 '이안 맥랠란 헌터'로 "브레이브 원"은 '로버트 리치(푸어가 아니라)"로 가명을 썼습니다. 근데 브레이브 원의 경우는 무려 오스카 상을 탔는데 오스카 심사위원들도 로버트 리치가 실존인물로 알았을 정도입니다.(트럼보의 경우는 아니지만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역시 각본상을 영화의 존재도 모르고 영어도 못하는 프랑스인 원작자가 받은게 바로 이런 이유였지요) 결국 배급사가 "좌빨" 달톤 트럼보를 좋아하지 않는 정의감이 여의도의 봉선 여포만큼이나 철철 넘친다는 것을 짐작한 커크 더글라스는 자신의 영화사 공동대표인 에드워드 루이스의 이름을 "빌리고" 역시 존재하지 않은 "샘 잭슨"이라는 사람을 공동 각본가로 합니다. 그런데 트럼보의 시나리오는 커크 더글라스의 기대를 200% 만족시켰어요 ^^;; 일단 원작에서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프롤레타리아 대혁명 이야기는 당연히 짤라버리고 스파르타커스가 로마 포로들을 상대로 검투 시합을 했다는 류도 없애고 원작에서는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정주영 필나는 "그락구스"(원작에서는 나쁜놈인데 스파르타커스의 미망인과의 만남 이후 개과천선하고 자살합니다)와 역시 마지막에만 나오는 그의 부하를 첨부터 출연시켜서 "공화정을 지키려는 정의감에 불타고 스파르타커스를 누구보다도 이해하는" "크라쿠스"(찰스 로튼) 와 노예 훈련소 소장(피터 유스티노프)로 바꾸어서 이야기가 말이 되게 한겁니다. 그리고 역시 압권은 청년 율리우스 케사르 ^^;;; 물론 유명한 "내가 스파르타커스다"부터 십자가 이야기까지 모두 트럼보의 작품입니다. 4. 자. 이렇게 나온 이야기는 앤소니 만 감독으로 제작되었는데 앞 장면-그러니까 광산에서 스파르타커스가 캐스팅되는- 을 찍고 감독은 해고 되고 -_-;;;; 커크 더글라스가 "지명"한 30대의 신동 스탠리 큐브릭이 고용됩니다.(지원이 아닙니다 -_-) 결국 큐브릭이 이 프로젝트를 떠 맡는데 유명한 "동성애 장면"-이 부분은 큐브릭이 결국 90년대 말 복구합니다-이나 장황한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같은 부분은 큐브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두 삭제되고 사사건건 주연이자 물주인 더글라스의 통제를 받습니다.(큐브릭이 이 작품 이후에 헐리웃을 떠나 영국에서 활동한게 이런 이유가 큽니다) 자. 이렇게 해서 완성을 했는데 고민이 생긴거지요. "브레이브 원" 처럼 문제가 발생할경우, 그러니까 이 작품의 "각본가"를 찾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겁니다. 그때 큐브릭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럼 제가 각본가로 해서 올리면 되지요" " 야. 각본도 한 글자도 안 쓴 xx가 각본가가 되는게 어딨냐. 부끄럽지도 않냐" "하나도 안 부끄러운데요" ( 니네는 이전에 안 그랬냐?) 결국 커크 더글라스는 오랜 관례를 깨고 달톤 트럼보의 이름 자체를 크레딧에 올립니다. 당연히 미국판 복생. 조갑제. 김성욱, 전여포 같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미국은 이미 좌빨들에게 점령당했다"고 누드 쇼를 펼칩니다. 재향 군인회의 술취한 영감군단이 영화사 앞에서 연일 시위한건 당연한 일이지요(어떻게 좌빨이 프롤레타리아 혁명 영화를 만드냐입니다.) 당연히 "항의 전화" 및 향불 시위까지 계획되었고 보이코트 운동까지 실지로 벌어졌지요. 이걸 해결해준게 바로 JFK였습니다. 바쁜 시간중에도 손수 영화관을 방문해서 관람했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물론 시대가 이미 메카시즘의 망령에서 벗어나던 시기였지요. 스파르타커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면에서 역사에 남았다고나 할까요. 한국의 입장에서 봐도 서글픈 시대의 아픔이었습니다. PS: 당시 유명영화 엑소더스도 이런 관례를 깬걸로 유명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좌빨"로 몰린 트럼보와 페스트는 서로를 사상적으로 무지무지 싫어했습니다 어느 교수가 "왜 스파르타커스같은 감동적 영화를 큐브릭의 필모에서 중요하게 안 다루냐"고 한탄했는데 이 분은 개념을 정선 카지노 전당포에 맡겼나봅니다. 위의 이유때문에 그런건데요 -_-;;; 한국전이나 베트남전. 혹은 냉전때 이런 저런 이유로 공산권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사람들의 증언이나 수기에 보면 그쪽에서 그런 억류자들에게 읽게 한 책들중에 페스트의 여러 작품이나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여러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뭐 그런 이유이니 좋게 보지는 않았겠지요 80년대 남한에서 하워드 페스트의 괴악한 책은 해적판으로 많이 번역되었는데 스파르타커스는 번역이 되지 않았더군요(개인 소장 판본은 영풍 떨이로 나온 원서 페이퍼 백입니다,) 솔직히 권할만한 내용은 아니더군요. -_-;;;; 참고로 이런 저런 이유로 스파르타커스는 우리나라에서 무진장 수입이 늦게 되었고 "아들"이 나오는-역시 원작에 암시가 있습니다- 괴악한 후속편이 먼저 수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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