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잡지, 그리고 남성 잡지에 대한 추억(1)-여성지 부분
왜 여성잡지는 재미가 없을까?

1. 보통의 경우 잡지 기사는 세가지로 구분됩니다

1) 그야말로 양질의 기사및 동화

2) 생활정보

3) 쾌락을 위한 읽을 거리

2. 사실 이 구분도 그렇게 쉽게 나뉘어지지는 않습니다. "긴급 고백, 아내를 잠자리에서 굴복하는 기법 100가지"류의 기사는 분명 2)번이라고 볼수 있지만 사실은 3)에 가까운거지요. 생활인터뷰나 잔잔한 감동 인터뷰는 보통의 경우는 3)을 기준으로 하지만 의외로 1)의 이야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3. 트랙백한 글에서 말씀하시는 남성잡지의 재미없음이란건 사실 90년대 와서 잡지의 내용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80년대 많은 여성지의 경우는 최인호 선생같은 사람이 기명 기사를 쓰고 그랬지요. 최인호 선생이 "긴급 잠입취재, 청량리 25시"류의 기사를 쓰는 건 아니구요 --;;; 단편 동화연재나 주부들의 교양관련 글이나 회고담같은 "샘터"류의 잡지에서 흔히 볼수 있는 기사를 쓰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80년대까지의 "여성지"는 "여성지"라는 것은 지칭 명사이고 "가족 잡지"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다시말해 트랙백한 글에서 말씀하시는 "여성지가 다양한 주제를 골고루 다룰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바탕이 있었지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동화를 읽어보고 (혹은 엄마가 읽어주는 걸 들어보고) 아버지는 교양기사를, 어머니와 같이 보는 그런 성격이 짙었습니다. 대신에 일종의 하수구 역할은 "남성지"가 한거지요.(이를테면 선데이 서울류의)

그러니 이 시대에 있어서 메이저 작가군이 여성지의 의뢰를 받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앞서말한 최인호 선생은 물론이고 이우범. 김희준, 홍성찬 화백같은 일급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여성지"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불이익을 겪을수 없었지요. 만화가들 역시 정운경 화백같은 시사 만화가도 얼마든지 여성지와 같이 일할수 있었습니다(물론 김희준 화백 같은 경우는 선데이서울에서  "이년아. 오늘밤 아방궁을 세워서 돈으로 벽을 쌓자. 으하하~~"류의 괴악 소설 일러스트레이트도 했습니다만 - 어떻게 이런 대사를 아냐 하면 어렸을때 봤기 때문 -_-)

4. 사실 당대의 "여성지"가 남성에게도 어필한건 남성에게 읽을 만한 시사지가 없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백지연-전여옥 올해의 인물이나 실어줄정도로 돈에 오염되서 이뭐병 수준이 된 월간중앙의 경우만 해도 무려 1980년대 창비와 함께 폐간된 전력이 있습니다. -_-;;;; 도서관에서 6월 항쟁 이전에 80년대의 시사지를 찾아보신다면 이 시대 남성분들이 왜 여성지에심취할수 밖에 없는지 대략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5. 6월 항쟁이 되고 상당히 제약조건이 풀리게 되니까 잡지 시장이 바뀌게 된거지요. 과거의 "법적 합의 이혼" 만 해도 크게 실어주던 괴악한 잡지 폭로 기사가 이제는 정치면으로도 가게 된겁니다. 다시 말해 "시사지에서는 점잖은 정치면"을 여성지에서는 괴악한 정치면을 그리게 됩니다. 시사지에서 "김근태 의원의 국감 폭로"를 다룬다면 여성지에서는 "이근안 경감의 10가지 고문테크닉 소개"(실제 나온 기사였습니다. -_-)류로 나간거지요. 나중에는 "X양의 비밀"이나 "가봉 대통령의 비밀"류의 이야기나 "부천 사건 긴급취재"나 "광주 그날의 비극"류의 이야기가 "센세이셔널하게" 여성지에 소개됩니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이렇게 되다보니 여성지 내부도 경쟁이 붙게 되는거지요. 그러니 기존의 "교양"부분을 가급적 축소하고 "정보 전달-그것이 꼭 필요한것인지는 논외로 하고- 과 함께 "정보전달"이 아니라 "정보 전달"을 빌미로 한 여론몰기성 광고 기사로 도배를 합니다.(조기유학이나 영어 교육에 대한 최근의 여성지 기사를 보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겁니다.) 그리고 과거의 폭로성 기사도 업그레이드 해서 "지어내기"류의 기사로 일관하지요.

아무개 연예인 이혼 관련기사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그 버젼을 복사기 밀기를 하고 거기다 "그 연예인의 측근의 사돈의 팔촌이 빵집에 가다 그 사람을 봤는데 입에 빼빼로를 물고 있더라"류의 이야기를 추가한 버젼으로 나가는 겁니다.

6. 이 정도는 그래도 "애교"라고 할수 있지만 뭐 "결혼한 신혼 부부 알고보니 헤어진 친남매로 밝혀져" 의 경우나 "청량리 588번지에 위장 취업한 운동권 여학생의 통곡수기 -_-;;;"류의 "지어낸 기사"가 화제가 되기도 하지요.(꼭 이런 기사일수록 에로 비디오의 떡 장면을 삽입하는게 미스테리입니다) 사실 저 수준이야 "흠좀무"라고 넘어가면 됩니다만 이게 아주 문제가 된게 악명높은 웅진여성 사건입니다.

7. 모르시는 어린이분들을 위해 웅진 여성 사건을 좀 살펴 볼작시면 웅진 여성(수정했습니다)이라는 잡지에서 쇼킹 기사를 내려고 작정한겁니다. 그래서 현역 모델 사진을 도용해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미국의 모 연예 주간지에서 아이디어를 따오게 되지요. 그래서 나온게 통곡 수기로서 순박하게 살다가 우연찮은 성관계로 에이즈에 걸린 "나"가 세상에 대한 복수로 창녀가 되서 여러 고위층과 떡을 쳤고 그래서 에이즈가 고위층인사에게 퍼졌다~ 류의 이야기입니다. 그냥 이렇게 한줄만 쓰면 "흥~" 수준입니다만 아예 "누구인지 은연중에 알수 있도록 감질맛 나게" 이야기를 쓴거지요. 그러다 보니 왕회장 -_-;;을 연상케 하는 인물 이야기도 있고 한데, 그때 YS의 측근이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동영씨를 연상케 하는 사람이 나온겁니다. 다시 말해 "암으로 죽은" 유명 인사가 사실은 여자랑 떡치다가 에이즈에 걸려 죽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자. 당연히 YS측에서 반발을 하게 되고 결국 잡지 폐간과 편집장 구속의 초강수를 두게 된겁니다.

8. 이 사건 이후에 여성지로서는 "읽을 만한" 기사는 사라지고 어느 정도 안심하면서 정치권에 눈을 맞추는 대신에 엄청나게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잡지로 바뀌게 된겁니다. 읽는 사람이 없다구요? 사실 다 광고료이지요. 은행이나 이런곳에 뿌리는거나 도서관 -_-;;에 나가는 거나 거기에 광고 수익까지 하면 "읽을 기사가 없지만" 충분히 수지는 맞는 장사이거든요.

더군다나 최근에는 여성 잡지들이 수입되면서 과거 "정보"및 "교양기사"는 대부분 외국 잡지들이 제공하게 된겁니다. 그렇게 되니 국내 여성지로서는 일종의 악순환으로서 계속적으로 볼거 없는 정보지가 된거지요.

그러고 보면 잡지만 봐도 세상이 돌아가는 걸 역설적으로 알수 있는게 아닌가요 ^^

PS: 여성의 성교육용 정보는 여성지도 충분히 제공합니다. 그건 요새도 마찬가지이지요.(이를테면 효과적인 피임방법이나 임신시 관계하는 요령류의) 진짜 쾌락적인 여성 정보는 의외로 "남성잡지"가 제공해주었다는게 문제이지만요.

80년대 여성지의 만화가 웬지 그립군요. 흑흑
by 이준님 | 2008/01/06 12:05 | 기괴한 추억들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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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책벌레의 책 이야기 at 2008/01/10 22:45

제목 : 여성지의 추억!
여성잡지, 그리고 남성 잡지에 대한 추억(1)-여성지 부분지금은 블루클럽가서 깍지만 예전에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깍았죠. 그때마다 애독(?)하던 잡지가 바로 여성지였더랬습니다. 레이디경향, 여성동아, 우먼센스 등..가방이나 화장품도 선물로 주니 아마 여기에 낚인 분들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성인관계로 미끼에는 관심이 없고, 기사에 관심이 있었죠. 연예인 신변잡기,맛있어 보이는 음식만들기, 성형상담을 포함한&n......more

Commented by 이녁 at 2008/01/06 12:44
어린 시절의 압박 ㅋㅋㅋ
Commented by 自重自愛 at 2008/01/06 13:14
<웅지 여성>이 아니라 <웅진여성> 아닌지요? 창간 3개월 만에 폐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황신혜씨가 <웅진여성> TV cf에 출연해서 열심히 광고까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8/01/06 14:31
'샘이 깊은 물'이라는 여성지(가족잡지?) 정말 재미있게 보람있게 보았는데, 사주였던 한창기씨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간되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요즘 여성지는 부록 보고 삽니다.
Commented by 무명씨 at 2008/01/07 10:03
옛날에는 여성지 속옷 광고에도 감동했는데 요새는 뭐..... - -;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07 22:41
저도 길창덕 화백의 [순악질 여사]나 박수동 화백의 [소꿉장 부부]가 그립네요.
요즘은 [맥심]에서 화장실 안에서의 여자들 수다를 싣는 게 깨더군요.
(여자를 이해한다는 취지는 좋지만요.)

개인적으로 좀 더 하수도 역할을 하는 신문, 잡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다고 상수도가 깨끗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01/08 09:02
뿌리깊은 나무도 아마 그런 이유때문에 폐간되었을 걸요. 그러다가 다시 나온게 샘이 깊은 물.
게다가 워낙 분야가 분화되면서 외국 전문 잡지들 보기도 쉬워졌고 말입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1/09 21:38
이녁님// ^^

자중자애님//수정했습니다

빛의 제일님,위장효과님//저도 그 잡지는 기억합니다

무명씨님//전 요새도 감동

marlowe님// 80년대로 레이디 경향은 화장실 여자 수다를 자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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