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이렇게 사라진다.- 영화 로빈과 마리안(스포 있음) 쓸데없는 영화,드라마 감상





로빈훗의 활약도 전설이 되던 싯점. 셔우드 숲 출신의 의적 로빈훗은 십자군에 나서는 리처드왕을 따라 중동과 유럽을 전전하는 병졸(...)로 삽니다. 그러던 어느날 약탈과 양민학살(...)을 자행하던 리처드왕은 어이없게 사망하고 리처드 왕의 유언에 따라 재대한 로빈은 존왕 치하에서 신음하는 영국에서 어제의 용사들과 지금은 수녀가 된 애인 마리안을 만나게 되는데...

리처드 레스터의 삼총사 연작과 함께 그의 시대극 연작으로 유명한 로빈과 마리안은 중세의 영웅담인 로빈훗 전설의 현실적인 후일담입니다. 사실 로빈훗 이야기라는게 에롤플린을 대표작으로 해서 최근에 리들리 스콧까지 손을 대었고 기본적인 전설에 현대적인 시각이나 연출을 가미한 작으로 제작되는(그런 이유로 로빈훗이 날도둑놈부터 몰락 귀족까지 설정이 다양합니다.)데 이 작은 특이하게 "사람들이 잘 아는 그 로빈훗"의 후일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로빈훗 전설에도 후일담은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게 로빈훗의 친척(사촌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인 수녀원장이 로빈훗과 평소 원한이 있었는데.. 노년의 로빈훗이 아파서 당시로서 최선의 치료법인 사혈(!!)치료를 받았는데. 그때 정맥대신 일부러 "동맥"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과다출혈로 죽게 되고 달려온 리틀존의 품 안에서 "죽기전 마지막 화살을 날리고 거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는 버전입지요. 그와 별도로 리처드왕의 출사 요구를 거절하고 친구들과 90세(!!)까지 살다가 늙어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하여간 이 작은 그 "사혈전설"을 기본바탕으로 해서 로빈후드와 메이드 마리안의 노년 이야기를 꾸려나가게 됩니다.

이 작은 기본적으로 신화의 파괴입니다. 로빈훗 전설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나오는 인자한 리처드왕은 사실은 탐욕스런 양민학살 똥찌질이 군주에 불과하고(...) 리틀존이나 과거의 인물들은 이제 늙어서 재대로 운용을 못하고 이전의 적인 노팅엄 성주나 존왕은 오히려 이전과 다를게 없는 포스를 보여주지요. 만인의 연인 마리안은 지금은 로빈을 기다리다 지쳐 수녀가 된 암울한 설정이요. 로빈훗 역시 일을 하면서 "헉헉 내 몸도 이전같지 않구나 "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액션을 기대하신 분들은 보는 내내 이들의 안쓰러움에 눈물을 글썽일 정도에요



보통 이런 작은 "어제의 용사의 비참한 모습"을 극복하는 성장기이거나 혹은 "그럼에도 후계자를 양성해서 뒤를 잇는" 류의 이야기로 나갑니다만 이 작은 좀 애매한 것이 사실이에요. 비참한 모습과 부하들(그리고 자기 자신)의 죽음을 맞는 설정은 맞습니다만 적어도 노팅엄 영주를(좀 야매가 있지만) 살해하고 종교 문제로 억류되서 못된 짓 당할 위기에 처한 수녀들을 헉헉거리는 몸 개그와 함께 구하는게 되고 최후는 그 사혈전설(이 영화에서는 정확하게는 동반 음독자살이지만서도)에 의거해서 두 사람의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이 꽤 아련하게 그려집니다. 즉 "후대를 생각하지 않고" 변하는 시대를 맞이해서 영웅이 조용하게 퇴장하는 걸 보여주지요

이런 영웅의 퇴장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건 마지막 장면에서도 잘 보여줍니다. 마리안이 로빈을 살해하는건 이전의 원한이 아닌. 이 시대는 더 이상 로빈이 설곳이 없다는 깨달음과 이제라도 헤어지기 싫다는 어쩌면 잘못된 사랑의 발현이고 비록 사혈전설에 나온 "리틀존. 내가 죽거든 내 화살이 떨어진 장소에 묻어주"라는 이야기는 재현되지만 영화의 장면에서 화살이 날아간 곳에는 "썩어가는 사과"가 클로즈업됩니다. 즉 희망이라는 것이기보다는 굉장히 애매한 싯점으로 영웅을 떠나보낸다는 의미이지요



배우들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타이틀을 맡은 로빈과 마리안은 각각 중년의 숀 코네리와 중년의 오드리햅번이 맡았습니다. 이 배우들은 물론 미투(...)나 마약. 알콜 중독. 불륜 스캔들(오드리 햅번은 이혼경력이 있습니다만)같이 자기 관리 부재로 몰락한 사람들은 아닙니다만 과거의 화려한 전성기에서 한발 물러나서 이제는 중년을 바라보는 커리어의 변곡점에 있는 배우들이죠. 왕년의 007과 왕년의 만인의 여인이 나이든 모습에 많은 팬들은 충격이겠습니다만 여기서 망가지거나 엄한 추태로 엉뚱하게 젊은티를 내는 대신에 "한때의 영웅의 조용한 퇴장"이라는 영화주제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자칫 노익장 과시나 노추 코미디로 끝낼 작을 꽤 잔잔하게 이끄는건 배우들의 힘이라고 볼수 있지요.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도 꽤 괜찮았습니다. 원작에서는 똥찌질이로 나오는 노팅엄 영주는 여기서는 교과서적인 엘리트 기사로 나와서 늙은 로빈을 발라먹고 있고(라고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 죽고). 카리스마는 어느 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5% 부족한 동생인 존왕은 이안 홈이 아주 적절하게 연기하고 있지요. "전설과 달리 겪어보니 별일 없던" 찌질이왕인 사자심왕 리처드역은 역시 "기본 연기는 되지만 사생활 문제와 카리스마 부족으로 뭔가 모자란" 이미지의 리처드 해리스가 아주 잘 연기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성향이 있지만 시대극. 그것도 단순히 액션의 무대가 아닌 현실적이고 중년배우들에 대한 송가로서 이 작은 꽤 볼만합니다. 물론 "호쾌한 액션과 사랑"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참을수 없는 감정을 준다는건 부인할수 없지만요

추천작

덧: 원제를 "로빈후드의 죽음"으로 하려고 했는데..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이고 오드리 햅번을 반영해서 여주인공의 이름을 같이 넣는 지금의 제목으로 조정했습니다.

007 하차후 근근히 여러 작에 나왔던 숀 코네리와 달리 오드리 햅번은 사실상 은퇴후 10년 가까히 은둔했다가 처음 나오는 작입니다.

존왕으로 나온 이안 홈은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의외로 독일 고위층 전문배우였습니다. 히틀러(..) 히믈러. 괴벨스. 등등 심지어 똥찌질이의 색이 짙지만 TV 영화판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는 교관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좀 나이드신분이라면 에일리언 1의 인조인간의 카리스마를. 좀 어리신 분들에게는 제 5원소에서 어리벙벙한 성직자로 알려졌지만요.. 물론 요새 세대에서는 늙은 빌보로 나온 호빗 연작이 더 인상적이겠습니다만.

삼총사 / 사총사와 함께 리처드 레스터의 시대극 시리즈에 들어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총사보다 더 감동깊게 봤습니다만.

전성기를 보내고 조용히 사라지는 이 영화와 달리 로빈과 마리안으로 나온 두 배우는 이후로도 꽤 괜찮은 커리어를 이어갑니다. 숀코너리는 "장미의 이름으로"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노년에 복귀해서 왕년의 노년스타로 이름을 날리게 되고 오드리 햅번은 "영혼은 그대 곁에"(자그마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같은데 잠시 얼굴을 비췄지만 주로 3세계 국가 어린이 구호 사업등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남기게 되지요. 영화와 달리 아니 영화의 이미지를 살려서 다른쪽으로 성공한 교과서적인 케이스라고 할까요.



덧글

  • 2018/04/17 11:57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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