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수다쟁이 악역- 송경철씨의 경우 쓸데없는 영화,드라마 감상


1. 보통 영화나 드라마의 클리세로 "말많은 악당" 캐릭터가 있다. 꼭 주인공을 처리하기 "전"에 주인공에게 음모의 전말을 밝히는 캐릭터인데... 사실 이건 악당이 멍청해서이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전체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그리고 어이없이 주인공에게 당하는 걸 나타내는 하나의 장치이다.(이걸 뒤집은 것이 왓치맨의 오지민디아스이고)

한국 악역계에서 말많은 악당 전문배우는 의외로 박영규(!)인데.. "내일이 오면"에서의 부자양반이나. 수사반장의 여러 에피에서 카리스마 있게 사람을 살해하고 자랑하다 잡혀가는건 전형적인 말 많은 악당의 모습이다.

이런 "클리세적"이 아니라 진짜 수다쟁이 악역을 이야기하지만 송경철씨가 의외로 딱 맞는 역할이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독립 영화에서의 데드풀이 아니라 "탄생 울버린"에서 개조 수술 받기 "전"의 데드풀로 말이다.

2. 송경철씨는 험악한 인상과 근육질 탄탄한 몸매때문에 MBC쪽에서 악역 전문배우였다. 그렇다고 중간보스나 최종보스까지는 못 가고 주로 행동대장 역을 맡았었는데 보통 "언니는 살아있다" 오기사 서범식씨처럼 "말없이 사람패는"(이 사람은 원래 무술감독이라는 핸디캡때문이라지만) 류의 연기가 아니라. 약간 허당끼 있고 꼭 수다를 떠는 캐릭터가 송경철씨의 특징이었다.

예를 들어 "저 놈 혼내주고와. 다리 하나는 뿌러뜨려"라고 형님이 명을 내리면 서범식같은 경우는 "예. 형님" 하고 말없이  다리를 뿌러뜨리고 오지만 송경철은 "아따. 18. 날이 추워 죽겠는데.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색기가 오라가라 잔말이야"라고 뒷다마 까면서 일하다가 걸려서 "해주고 욕처먹는" 차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수사물에서 "가해자"이기 보다는 "죽어싼 피해자"로 나오는 경우도 정말 많았고 다른 드라마에서 "나쁜 놈이었는데 개과천선해서 주인공의 편이 되거나" 혹은 "태생은 나쁜놈인데 우연찮게 주인공의 편이 되는" 캐릭터 전문이었다."코리안 커넥션"에서 경찰에 매수됬다 전기톱에 토막난 스파이나. "형"에서 맹한 거지캐릭터.  "자이언트"에서 이범수의 동료역이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자잘한 악역이 아니라 진짜 최종보스로 나오는 경우도 개그가 아니라도 수다스런 캐릭터였는데.. 윤철형과 홍진희가 주연을 맡은 MBC 무협극 "대검자"에서도 최종보스(뒤에 나오는 최종보스는 김기주이지만 주인공의 부모를 죽인 원수격으로는)로 나왔지만. 사실 이 사람도 이성계의 수하이고. 최종결전 전에 죽을때도 꼭 "너 부모는 운운. 네년은 운운"하고 할말은 다 하고 썰린다는 어마무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같은 캐릭터들로 만든 대도전에서는 오히려 충성스런 산적= 해적으로 나온건 정말 안 어울렸지만서도)

3. 송경철이 나온 수사반장 에피소드중 하나가 기억나는데 송경철과 이계인은 빵동기로 친하게 지내다가 결국 처남 매부 사이가 된다.(이계인의 여동생이 원미경으로 기억하는데) 결혼해서 잘 살고 사업에서 성공한 송경철은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학대하고 외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이계인은 이런 매부를 보고 분노한다. 어느날 여동생은 유서를 남기고 자취를 감추고 여동생이 자살했다고 생각한 이계인은 송경철과 술을 마시다가 이걸 항의하고 그대로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 송경철이 발발 거리면서 목숨을 구걸하다가 어이없이 죽는게 꽤 불쌍하게 보였다. ㅋ) 근데 문제는 여동생은 자살을 위장해서 "살아있었"고 이 진상을 알게 된. 이계인은 경악하고 자기때문에 오빠가 살인자가 된 걸 알게 된 여동생은 음독 자살을 하게 된다.

마지막에 여동생 장례식장에서 체포되는 이계인은 "자기 손을 가족을 다 죽인 셈"이라고 자기를 죽여달라고 절규한다. 이 장면이 흐르며 나오는 나레이션이 "어이없는 오해로 벌어진 살인은 정상이 참작되서 중형은 면했고 당사자는 지금 출소하여 살고 있다"는 것(실화라는 점에서 은근히 무서웠었다. ㄷㄷ)

3. 하여간 송경철은 "전혀 악역이 아닌" 연기도 좀 많이했는데 사극같은데서 나온 말없는 대감이나 장군은 좀 임팩트가 없었었고.. 임팩트 있는 유일한 선역이 여명의 눈동자의 "박일국"이었다. 사실 박일국은 원작에도 나오는 캐릭터인데 원작에서는 "지적인 학병동지"로 정성모 정도의 캐릭터였고 나체 고문당하고 압송되는 오명희를 구하다가 중간에 사망하는 캐릭터였다. 오명희 캐릭터가 날라간 드라마인지라 박일국은 원작과 달리  드라마 마지막까지 나오는 케이스인데.. 지금 보면 의외로 박상원의 양심을 건드리면서 팩트 폭력으로 할말 다하는 캐릭터였다.

드라마 내에서 이런 팩폭이자 대변인 캐릭터가 남자로서는 송경철. 여자는 고현정(!!)이었는데.. 악역이나 배반할것 같은 캐릭터였지만 충실한 동지였고.. 송경철 특유의 수다쟁이 연기로 박상원의 양심을 곧이 곧대로 찔러서 이야기를 끌고 나갔었다. 쓸데없이 감상적인 지식인 나부랭이의 박상원보다 더 실용적이면서 신념은 그대로 챙기는 의외로 잘 키웠으면 더 나을 뻔한 인물이기도 했고.(사실 악역전문 배우가 이 정도 연기를 할수있는게 꽤 놀라울 지경이었다.)

4. 송경철씨는 파랑새는 없다. 이후 한동안 연기를 쉬다가 모종의 안전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치고 필리핀으로 이민. 사업으로 성공한다. 이후 장영철 사단인 이덕화의 도움으로 연기에 복귀해서 어엿한 장영철 라인으로 연기력을 이어나간다. 물론 "자이언트" 이후 기황후는 좀 아니었지만 이 작은 지나치게 하지원에 포인트를 맞춘 작인지라 조역들이 죽었으니.. 뭐라 할건 없으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빌어본다.

덧: 송경철이 나이 먹어서 얼굴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안전사고때문에 얼굴을 굉장히 크게 다쳐서(철근 부품이 얼굴을 관통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성형수술을 많이해서 그런 것이다. 실지로 "자이언트"에 첨 나왔을땐 못 알아본 사람이 많았고 얼굴이 "인조인간"이라는 평도 있었었다.

나영희가 "작가인데 산장에 놀러가서 못된 짓 당하고 복수한다"는 내용의 "야누스의 불꽃여자"에서 강간범중 하나로 송경철이 나온다(...) 이 멤버중 하나가 고 김성찬씨도 있긴한데... 원작격인 "내 무덤의 침을 뱉어라"와 달리 이 작은 "알고보니 최종보스로 부잣집 여자랑 결혼하려고 일을 꾸민 약혼자"와 그에 대한 최종복수라는 뒷 이야기가 더 있다. 뭐 자수+ 사형될거 같지만 영화를 보면 그냥 나영희가 외국으로 튈거 같기도 하고. ㅋ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종적으로는 빨치산 토벌한다고 경찰뒤편에서 주절대는 장하림과 달리 송경철은 남조선 국방경비대 영관급 장교로 행세하는 장면이 나온다. 박상원과 달리 실속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마 군 장교로서도 성장할거라는 생각이 들어본다. ㅋㅋ( 저 유명한 장도영도 학병+ 국군 테크를 탄 사람이다.) 박일국 캐릭터를 주역으로 50+ 60년대를 그린 외전을 만들어도 될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ㅋ




덧글

  • 2018/02/14 10: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리몽 2018/02/20 02:48 #

    저도 이 양반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이 양반도 말없이 그냥 사람 후드려패는 그런 행동대원 역도 제법 하셨던 것 같아요.
    이 분도 백윤식씨처럼 역시 김운경 작가 만나서 캐릭터 전환하게 된 케이스 아닌가 싶습니다.
    형이란 드라마에서 오지명 밑의 넘버 2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코믹 캐릭터를 장착한 것 아닌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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