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선역을- 김주영씨와 김시원씨에 대한 이야기 쓸데없는 영화,드라마 감상

이웃분의 글에서 성범죄를 다룬 드라마에서 "강간범" 연기로 김주영씨와 김시원씨를 들었었다. 이 두 사람은 은근히 "악역 전문배우"들인데.. 여기서는 이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람들이 맡은 나름 선한 역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자 한다. ㅋㅋ



1. 김주영씨는 MBC-TBC-(폐국때문에) 다시 MBC를 넘나든 연기자이다. 보통 "얼굴만 봐도 악당"이라는 느낌이 드는 몇 안되는 배우로 두군데 공채 출신이면 기본 실력은 분명히 있지만 뚜렷한  대표작 없이 선 강한 악역 전문으로 소비된 캐릭터이다. 드라마 허준 NG 장면에서 화딱지 난다고 비속어로 신인배우 디스한걸로 나름 악명(?)이 있었는데..  보통의 악역과 다른 점은 비열함을 같이 겸비했다는 점이다.

보통 극중에서 성폭행을 하더라도 쿨하게 사라지거나 범죄 피해자를 깨끗히 죽이는 대신에 꼭 다시 나타나서 그걸 빌미로 여자나 그 가족에게 돈을 뜯는 인간 이하의 물건 역을 김주영씨가 굉장히 많이 했었다. 사실 여자 농락하고 괴롭히는건 유인촌(!)도 전문으로 했지만 유인촌은 카사노바식으로 여자가 스스로 오게 하는 반면에 이 사람은 말 그대로 "강제로" 하는게 다를뿐... 김주영씨는 이런 날건달 배우에서 성장해서 나이가 들어서는 주로 해신의 민애왕, 정도전의 조민수 용의 눈물의 이방간처럼 주인공보다 5% 부족한 최종보스거나 태조왕건의 위홍이나 대왕세종의 이숙번처럼 악당의 명참모로서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역으로도 진가를 발휘했었다.

이 사람 커리어에도 사실 선역이 좀 있기는한데... 얼굴때문인지 미묘한게 사실이고

2. 김주영씨가 주로 악역으로 소비된 수사반장에서 드물게 선역을 맡은 적이 있다. 동네 날건달인 김주영이 여자가 쓰러진거 보고 한번 해보려고 안았는데.. 알고보니 칼에 찔린 시체(!!)  어마무시라하고 도망을 갔는데 당연히 용의자로 몰려서 체포되고 이런 저런 실랑이와 증거 보강중에 범인이 아닌걸로 밝혀져서 풀려나는게 결말이다.(진범은 밝히지도 못했다.) 아무리 동네 깡패라 할지라도 살인범으로 억울하게 몰렸으면 경찰에게 욕설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시대가 시대인지 풀려나면서 "형사님 감사합니다. 흑흑흑흑"을 이야기하는건 시대의 한계가 아닐지.  최불암의 대사인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풀어주는게 경찰이 하는 일이"라는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김주영은 수사반장 종결후 특집판 10대 사건 시리즈 범죄- 마약 편에 메인 주인공이었다. 밤무대 3류 악사이자 가정적인 남편(!)  김주영은 나이가 들면서 감이 떨어지고 잦은 야근에 지치게 된다. 그러자 업소 주인인 박상조가 권한 "끝내주는약"(필로폰)때문에 몰락하게 되는 스토리인데.. 보통 마약 관련 이야기는 철창에 가거나 폐인이 되는 반면에 이 작은 환상에 빠져서 딸을 제외하고 일가를 몰살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어마무시한 결말이다. 필로폰 환각상태애서 옷이 피아노줄에 묶여서 날라가는건 개그지만 나름 "내 아들이 악마이다"로 보이는 환상은 꽤 무섭기도 했고..

10 대 사건 시리즈에서 정동환이 주연한 "누드찍는다고 약 먹인후 촬영"한 사건처럼 연출이 꽤 기괴한 사건이었는데. 물론 마약을 투약하고 가족을 몰살시키는거야 악역이지만 그가 "생활의 문제로 모르고 마약에 손대다" 망하는 (실제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희생자의 이야기이다. 앞부분에 "다정한 가장"으로 나온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고

김주영씨는 조선왕조 5백년에서는 허균(!!)을 맡기도 했는데. "홍길동전을 쓰는 선비"로서의 허균이 아니라 썩어가는 조선왕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쾌남아로서의 이미지가 짙었다. 특이하게도 임진왜란편부터 나오는데 피난지에서 가족을 잃고 절규하면서 복수를 꿈꾸는 모습이 꽤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허균이 폐모살제를 강력하게 주장했었고 이후에는 엄한 혐의로 처형되는 미래를 생각하면 묘한 캐릭터인데 막상 후속작인 회천문은 피디의 주인공 캐스팅 잡음과 민정당내 노태우 후계론 위기에 대한 비꼼이 걸려서 이야기가 날라다니는 바람에 큰 임팩트 없이 사라졌지만말이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의 부하로 나온 공산주의자 서강천의 경우는 좌익에게 관대한 송지나의 버프를 받았는데 나름 입체적인 인물로 소화될수 있음에도 감상주의와 특유의 악질적 이미지로 굉장히 기괴한 캐릭터가 되었었다. 사실 이건 배우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작가와 피디의 문제가 짙다고 보는데.. 변절로 인해서 동지들을 팔게 된 과거에 대한 회한으로 좀 냉소적인  이쪽 캐릭터를 좀 잘 살렸다면 김주영씨 자신에게도 괜찮은 경험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미드 같았으면 프리퀄로 이 사람이 나온 스핀오프를 만들어도 될 아까운 캐릭터이기도 했다. (조형기는 자신이 모래 시계에 나왔다고 필모그래피에 적는 반면  김주영씨가 여명의 눈동자에 나온건 아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다)

베스트셀러 극장 달빛 자르기는 따로 글을 쓰는게 낫겠고(사실 이게 유일한 진짜 선역이다)



3. 2000년대 이후 시대에서는 태조 왕건의 "수달"로 알려진 김시원씨는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때문에 좀 얍실한 카리스마 악역으로 소비되었다. 다소 이국적인 마스크 때문인지 사무라이 중간 보스나 일본 순사로 은근히 일본놈 캐릭터를 맡았고 형사 드라마에서도 주로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가해자를 농락한 사실상 더 나쁜놈" 전문으로 나갔었다. "일본놈" 을 자주 맡은 탓인지 부산을 무대로 한 한일 국제 범죄(!!!) 에피소드에서는 자주 조직 중간보스로 나왔었고(한 에피에서는 자그마치 금괴에 맞아 죽기도 했다) 한진희가 국제적 사이비 종교 관리자로 나온 "우리가 사랑하는 죄인"에서는 한진희의 수하인 킬러로 나왔다.(죽는 연기는 발연기이지만) 이환경 사단이 되기 전에는 사실 마스크때문에 사극배우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 배우가 악역이외에 다른 캐릭터 대표가 된게 84년판 전우에서 국군 부사관으로 나온 케이스이다.

미국 드라마 컴벳에서 전 이야기를 소대장인 릭 제이슨과 부사관인 빅 머로우에게 분산시킨 것을 나름 흉내낸 것으로 김시원씨는 여기서 부대내 서열 2위의 부사관이다. 주로 공격을 소대장인 강민호가 하면 외곽공격이나 지원은 김시원이 하는 케이스인데.. 컴벳에서는 그나마 분류가 잘되었음에도 아무래도 빅 머로우에게 많이 소대장이 딸린 것처럼 여기서도 사실상 카리스마는 강민호가 다 한 셈이지만.. 김시원의 군인으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잡은 케이스였다. 가끔 북괴 장교 문오장이 포로가 되서 엎치락 뒤치락 벌이는 에피처럼 김시원 단독 에피도 있었지만 이건 그렇게 기억하는 시청자도 드문 경우고

하여간 전우 종결 후에도 이런 군인 기믹으로 몇몇 드라마에 나왔는데.. 당연히 북한군보다는 전우의 이미지대로 "착하고 성실한 국군 장교"의 캐릭터였다. 백일섭이 "어느날 갑자가 남북으로 갈라진 마을에 살다가 북에서 못 돌아온" 스토리로 나가는 TV 문학관에서 백일섭의 아들을 맡아서 부대에서 키우는 국군 장교로 나온적이 있었고.(참고로 이 꼬마의 성인버전이 바로 김영철!) 정보석의 데뷔작인 전쟁 실록 "백마고지"에서도 김종오 사단장의 부관으로 전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기도 했었다.(물론 부관이기 때문에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는 않는다.) 

이후 한동안 출연이 뜸하다가 태조 왕건의 능창(이게 본명이라는건 초반에 제시된다)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고려사에 나온 "해적"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한 지역의 봉건영주로 설정된 능창은 이환경특유의 삼국지 칠종칠금(!!)의 패러디로 견훤에게 투항후 의형제로 지내다가 왕건에게 잡혀서 궁예에게 참혹하게 화형을 당하게 된다. 사실 고려사에 이야기한바대로 궁예가 얼굴에 침을 뱉고 잔인하게 죽였다는건 역사적 사실이지만.. 기름화형이라는 극형을 당하고도 당당하게 죽음을 맞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실지로 수달의 죽음 이후에 후백제 라인은 대부분 왕건라인의 전투력 측정기요 밥버러지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후에도 여러 대하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지금은 사극이 사라진 시대니.. 출연도 뜸하게 되었고

4. 연예계에 수많은 별이 뜨고 지지만 이 두 사람은 솔직히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오랜 경력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자기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한건 사실이다. 엄용수옹이 자기 디스 하면서  이야기하지 않았나? 코미디언으로 등록된 사람중에 1/4도 안되는 인원이 집에 안가고 살아남고 그 와중에서 이름이나 얻어볼까 하다가 이런 저런 추문으로 목숨이나 이어나간다(...)고 이 표현을 빌리면  김주영씨나 김시원씨 모두 "살아남았"고 "이름까지 얻었던" 사람들이다. 무대의 이면에서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모습을 우리는 이런 조연배우들에게서 배우는게 아닌지.

덧: 김주영씨를 백종원 닮았다고 하는 분들 많은데 실지로 5공화국에서 김진기 준장역을 할때 "저 백종원 닮은 아저씨" "짭종원"이라는 이야기 많이 돌았었다. 한국논단(!!)이 추천한 저예산 괴작 전쟁물 "해병묵시록"에도 김주영씨가 나오는데 완전히 "사람 좋고 주름살 빠진" 백종원 버전이고 ㅋㅋ

김시원씨 인천쪽에 식당한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요새도 하시는지 궁금하다. ㅋ





수사반장에 묘사된 마약 가장의 살인사건은 부산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극화했다. 다만 실제 사건이 너무 잔인해서 양념을 쳤는데.. 아들 둘이라는걸 딸로 한건 아역배우 문제겠지만 원래 사건에서 "아들 둘과 부인을 참수"한건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리기 어려운 탓에 "아내와 아들만 교살"하고 딸은 살아남는걸로 처리했었다. 개인적으로 수사반장 사상 가장 무서운 에피소드 베스트이기도 하고







덧글

  • 더카니지 2018/02/13 11:03 #

    헉 실제로 있었던 사건-그것도 실제가 더 참혹한-이었군요...씁쓸하네요.
  • 2018/02/13 16: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2/13 19: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crowbar 2018/02/13 12:33 #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김주영씨의 배역 가운데-워낙 오래되서 캐릭터는 희미합니다만-여명의 눈동자 서강천 역이 딱 기억나네요
  • windxellos 2018/02/13 15:44 #

    마약으로 망한 악사 이야기 기억납니다. 금단증상으로 환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는 묘사가 볼 당시엔 나름 으스스했죠. 허균은 기억날듯 말듯 하네요;
  • 위장효과 2018/02/14 20:57 #

    수사반장중에는 김주영씨가 오히려 사형수의 의붓형-이건 예전에도 여기서 언급했었군요-역으로 나왔었던 적도 있고. 당시 그 사형수 담당하던 스님이 직접 출연해서 연고자 찾는다고-사라진 친모-공익광고식으로 꾸미기도 했고요. 거기서 한량 아버지역(사실 그렇게 아들이 빗나가게 만든)을 맡은 게 변희봉씨였던가...

    1980년대 개백수에서 발행하던 주간지 "TV 가이드"(이게 당시 학생 소지 금지 품목이었던 이유가 뭘까)에서 악역 전문 배우들 특집기사를 냈는데 거기 나온 게 이계인-김주영-박상조-그리고 한 분이...최근 사극이나 재현극에 주로 보이는데...- 거기서도 주 특징이 인상적인 얼굴이라고.

    그러고보니 문오장, 박상조 이 분들도 악역이라면 꽤나 날리던 분들이었지요^^(문오장-김시원 둘의 엎치락뒤치락 에피는 도입부가 문오장 휘하 인민군의 집단ㄱㄱ 장면-그것도 꽤나 리얼-이라서 기억하는 사람들 있을 걸요ㅎㄷㄷㄷ. 그걸 밤 여덟시 황금시간대에 방영한 당시 제작진의 의도가 뭐냐!!!!)
  • 플로리몽 2018/02/20 02:50 #

    임진왜란 방영 당시 어린 맘에 왜 허균하고 강항(임채무)만 자꾸 나오나 투덜댔던 생각이 납니다.
    그저 전투신만 신이 나던 시절이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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