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연 탤런트 잡담 쓸데없는 영화,드라마 감상

흔히 받는 질문이 왜 과거 구닥다리 추억 탤런트 이야기를 자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솔직한 답은 내 마음이지(!)이지만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 이쪽 전문가인 이웃분도 계시고 그분 이야기에 필받아서 보충하는 형식이긴한데. 속칭 공채 제도의 붕괴로 인해서 과거와의 연기자 층의 단절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 보통 공채 탤런트가 된다면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각 피디 밑에서 각종 장르를 섭렵하는 일종의 열정 페이 노가다를 뛰어야 했다. 성상납이거나 인격 모독같은 일은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자기 성격에 안 맞거나 혹은 비중이 극악으로 작은 것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했었다. 이 과정에서 연기자는 피디들과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인연을 맺고 크게 발전하거나 일찌감치 자기 한계를 알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장교로 따지면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계급장을 달고 아주 일부분은 참모본부등 알짜배기로 가거나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저런 병과에서 고생하고 딱 자기 능력(?) 한도내에서 군 생활을 마감하게된다. 일본군처럼 개막장 조직이 아닌 다음에야 어떤 장교든 어떤 병과든 적어도 지휘자로서의 자질 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했었다.

따지고 보면 공채 연기자들은 비록 스타가 되지 않고 "무엇으로 유명한" 정도의 레벨만 되더라도 이미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서는 혹독한 훈련과 과정을 겪은 사람이라고 볼수 있다.

2. 문제는 이런 공채 제도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노가다" 부분은 대부분 속칭 "재연배우"나 "소속사 끼워팔기"의 신인들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채 제도가 굉장히 정립되었다면 지금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2017년 공채 합격생이고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배우들도 "공채 기수 3년간 합격생"이었을 것이다.(반공 시트콤 "지금 평양에선"에서 김정일 시중드는 여자들로 나온 배우들이 전부 당해 kbs 공채라는거 믿어지겠는가?) 이러다 보면 이 생활끝나고 어느틈엔가 스타가 되서 과거회상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문제는 이런게 붕괴되면서 사실상 "연기자의 계층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서프라이즈 배우들은 항상 그 영역에서만 돌게 되고 사랑과 전쟁 출신들은 일반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일정 배역 이상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전원일기"에서 오토바이 도둑으로 1회 출연한 배우 임창정이나 "금동이랑 소개팅한 간호사로 출연한 하지원이 성장하던 케이스는 지금 무척 어렵게 되었다. 아마 지금 그런 연기자가 필요하면 당장 서프라이즈 김하영씨를 고용하는 걸로 때우니까(...)

3. 이러한 문제는 연예계만의 일일까? 사실상 정시가 사라진 이 시절의 학교나 고용불안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이 과정에서도 훌륭한 배우들이 나오는건 사실이듯이 인재들도 나오지만 적어도 과거처럼 "깊은 경력을 가지고 믿고 쓰는" 인재의 개념은 사라진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연예인이 각광받는 시대 금뱃지가 아니라 방송한번 타면 문호가 되는 문단계... 개천에서 용이 나는게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운 이 시대가...  어쩌면 연예계라는게 우리 사회의 일면을 크로테스크하게 보여주는게 아닐지

이야기가 길었지만 내가 가끔쓰는 과거 추억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시대의 하나의 진혼곡이라고 할수 있다. 적어도 그 시대의 고민을 풀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덧글

  • 더카니지 2018/02/10 21:29 #

    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이준님 대체역사소설(특히 해리 터틀도브) 리뷰 포스팅을 자주 하셨는데 최근엔 잘 안하시는 것 같네요. 참 재밌게 읽었는데...
  • 2018/02/10 21: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