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종 소설의 종말- 계엄령의 밤(일부 스포) 쓸데없는 읽을 거리

후쿠오카 살인 - 김성종 : 별점 1점



암울한 1980년 계엄상황, 국가원수 M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주인공은 종로 창녀촌으로 숨어들게 되고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청년단장에게 겁탈당한후 그를 살해하고 그 와중에 아들과 헤어진 과거를 가진 늙은 창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와 잠자리를 가지고 그 다음날 탈출을 감행하는데....

1. "최후의 증인"이래로 꾸준한 사회성 추리물을 발표한 김성종의 최근작입니다. 사실 이 작품 발표 당시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와 추미애 의원의 망발(..)인 "계엄령 선포 의혹"건으로 인해서 나라가 시끌시끌할때 나온 작이라서 더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실 박근혜 탄핵 직전 상황을 가정해서 박근혜가 계엄령 혹은 위수령을 선포하는 대체역사 스릴러로 이야기를 충분히 끌고 가도 될 만한 이야기이고. 실지로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세력이 계엄령을 내린걸 군이 역쿠데타를 일으켜서 진압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대체역사 시대를 소재로한 "홍콩에서 온 여인"이라는 작을 김성종씨가 이미 발표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점은 예측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전혀 그런게 아닌 동어반복에 그치고 있습니다. 즉 그냥 과거의 군사정권 시대를 무대로 한 시대 엽기물입니다.

2. 사실 그렇습니다. 트랙백한 전작인 후쿠호카 살인은 이웃분의 이야기처럼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하지만 1층 밑에 지하실 있다고 이 작은 그 작을 능가합니다. 오히려 후쿠호카..가 더 걸작이라고 보일 정도입니다만

이 작품에서 첫부분인 창녀촌에서 늙은 창녀와 잠자리를 하는 것부터 대부분 이런쪽 읽은 사람들에게는 예측할만한 결말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고아였고 일본에 친척이 있었고.. 창녀도 감옥에 가기전 일본쪽에 있다고 들은 친정 오빠쪽에 아이가 갔다는 이야기나 이런걸 보면 그 비극을 첨부터 예측한 것이고 그 서두의 이야기에서 전체적으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서두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돌렸다면 더 짜임새 있었을겁니다만

뒷 이야기는 주인공이 M(이라고 하지만 박정희)을 암살하려는 모의에 대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주인공의 아버지이자 늙은 창녀의 남편이 한국전쟁 당시 우익테러에 의해서 살해되는 이야기, 늙은 창녀의 젊은 시절에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 있습니다만 그냥 "이런 나쁜놈 있다더라" 수준이지요. 중요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버리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꼭꼭 챙겨주는 어마무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일본에서 알게 된 민주화 운동가 J(아마 김대중이 원형일듯)가 성자처럼 그려지는거야 그렇다고 하지만 J의 비서와 주인공이 썸을 타는데 박정희의 졸개들이 J의 위신을 떨어뜨리려고 비서를 납치해서 약물로 조교하고 윤간한다음에 범인을 J로 모는 장면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할 따름이지요. 일본 엽기물에서나 나올법한 약물과 강간으로 조교해서 정치인을 파렴치범으로 몬다는 설정부터 혐오감이 들 정도입니다만.. 보통 이 작의 다른 사건들은 그냥 넘어가는 반면에 이 부분 성폭력은 아주 밀도 있게 그린다는 건... 3류 스포츠물에서나 볼법한 설정입니다.

3. 주인공이 꾸민 M의 암살음모 부분과 그것이 무산되는 부분도 정말 대충대충입니다. 주인공이 사모하던 J의 비서가 국가기관에 의해서 잔인한 죽음을 당해서 음모를 하는건 좋습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것도 좋아요. 민간인이 국가 원수를 살해하는건 불가능한 일이기때문에 외국의 킬러를 고용한다는 설도 나름 현실(?)적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총을 빼들었으면 적어도 스토리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음모가 고작 "사랑에 눈먼 어떤 놈"때문에 한번에 밀고로 무너진다는건 작가가 이미 재대로 이야기를 쓰기 포기했다는겁니다. 후술하겠습니다만 비슷한 설정으로 쓴 전작 "붉은 대지"의 경우는 후반부는 박정희를 암살하려는 킬러와 그것을 잡으려는 오병호 경감의 활약으로 스토리가 바뀌지만 여기서는 그런거 없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뒷 이야기도 어설프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간신히 일본으로 밀항했고 물주이자 스폰서인 외가 친척인 야쿠자 거두와 만나는건 좋은데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가는것도 이상하지요. 작중 친척이 말했듯이 일본내에서 그 정도 위치를 가진 거물이라면 종로의 창녀 한 사람 빼오는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데.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게 보내지 않고 굳이 조카를 보낸것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나온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자 조사와 그 피살자의 신원을 야쿠자가 알아내는 부분은 전체적으로 빠져도 전개에 전혀 관계가 없구요

4. 무엇보다도 이 작은 시대극임에도 전혀 시대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일단 80년대 계엄하의 서울(중간 중간 신문기사로 광주에서의 시위 격화가 언급됩니다.) 묘사가 너무 엉망입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일간 베스트 회원이나 모 게시판 종자 수준의 인식이에요. 일단 80년초(그리고 광주의 비극을 야기한) 계엄은 M이 선포한게 아니라 M의 사망으로 벌어진겁니다. 더군다나 서울의 봄으로 일촉측발의 위기 상황인데도 스스럼없이 "서울"에서 군인들은 공무집행이나 "자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사람을 총살합니다.

당대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민간인에 대해서 총기 사고가 있었다면 그것이 에스컬레이터되어 5.18이 "광주의 비극"이 아니라 "서울의 비극"으로 좀 더 스케일이 커질거라는건 짐작가능한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것이 없어요. 당장 "지금"도 군인이 총으로 공무집행을 할때 무슨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세요. 차라리 "계엄군이 발길질해서 창녀가 죽었다" 정도였으면 낫겠습니다만

5. 이 작에서 진정한 문제는 이 작은 김성종 선생의 창작이 "아니"라는겁니다. 자가 복제. 그것도 아주 심한편입니다. 김성모 화백의 숨겨진 걸작(?) "건달 아이큐 삼국지"가 자기가 그린게 단 한장면도 없고 대털 시리즈. 용주골 시리즈. 떡칼등의 기존의 인기작의 여러 장면을 그야말로 짜집기해 만든 괴작이듯이. 이 작 역시 기존의 김성종 작의 짜집기입니다. 박정희를 돌려서 말하는 극악한 독재자 처단 음모가 무너졌고 그 주모자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라는건 "가을의 유서"에서 역시 박정희에게 원한을 가진 민주인사들이 킬러를 고용해서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는 "붉은 대지"에서 그리고 같이 잠자리를 한 창녀가 알고보니 근친이었다는 설정은 "어느 창녀의 죽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동어반복이에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겁니다.

김화백의 작품을 누고 농담삼아 "사실 김성모는 이미 죽었고 제자들이 인터넷의 오려붙이기로 작품을 만든거"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 작도 유령작가가 다른 작들을 표절해서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단순히 오려붙이기를 떠나서 참여정부 전후로 한 "지나친 정치개입으로 인해서 작품의 질마저 손상되는"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웃분께서 말씀하신대로 이제 김성종을 떠나보낼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창작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전의 창작력이 고갈되서 과거만한 걸작을 내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주로 후학 양성이나 이전작 개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들도 최소한의 범작 정도는 꾸준히 내는게 생리인데 범작을 넘어선 태작을 내었으니 가슴이 아플뿐이지요. 최후의 증인을 넘어서서 80년대 대중 취향의 작품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결코 좋다고 보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극 비추천작

덧: 정말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이분 작품의 퀄러티가 극히 떨어질때는 이분이 정치랑 연계되었을때라고 봅니다. 나름 정치에세이들도 사실 정파를 떠나서라도 결코 좋은 작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지나칠 정도의 경도성이 작품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이분 태생이 그렇고.. 박정희야 지역을 불문하고 결코 좋은 인간은 아닙니다만 그것이 작품을 망치는데 변명이 될수는 없는 것입니다. 전에 이웃분께서 언급하셨듯이 "정치에 신경쓰느라고 자기 영역에서 소홀히 한건"지 "자기 영역에서 빛 못보니 정치에 기웃거리는지"는 김성종씨를 보면 딱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김성종씨는 누구를 지지하는걸 떠나서 모 정당 지방선거에도 나왔고. 이번 장미대선때도 나름 조직을 이끌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지하실 밑에 맨틀있다고... 부산 지역신문에 연재한 작은 가히 월간조선에 나온 괴작 수준을 능가합니다만 ㅋ




덧글

  • 2017/09/05 10: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위장효과 2017/09/05 10:36 #

    엣찌(진짜 표현이...)씬 묘사에 공들이는 건 사실 김성종씨의 나름 오래된 특기이자 전통이었으니까요...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최후의 증인 드라마판에서도 여주가 빨치산들에게 윤간당하는 장면 묘사가 꽤나 리얼해서 당시 화제가 됐었죠. 그 덕에 "한국 추리 소설은 섹스신없으면 구성이 안되냐"는 비판도 받았었지만, 어느 작가(이원호던가 아닌거 같기도 하고) 중앙일간지에다가 연재했던 추리 소설도 거의 이틀에 한번은 떡신이 나오는 수준이고 그런 걸 스포츠신문도 아니고 일반신문에서 연재하도록 허가한 데스크는 도대체 뭔 생각이었을런지-추리소설이랍시고 범죄신도 당연히 나오는데 수위가 상당합니다. 남자성기 컷신은 기본...
  • 2017/09/05 16: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ansang 2017/09/08 21:35 #

    세상에.... <<후쿠오카 살인>>보다 더 밑에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이 돔 믿어지지가 않네요. 게다가 그런 책이 정식 출간까지 되다니... 도대체 누가 사 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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