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혼혈에 대한 단상

박일준씨 뻘글에 대해서 이웃분께서 정말 좋은 글 올려주셨다. 더 이상 넣고 뺄것이 없지만 그래도 좀 잡설을 덧붙이자면

1. 과거 MBC 인간시대에서 혼혈문제를 다룰 "뻔"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직접 혼혈인을 대상으로 하기 어려워서 "순수한 토종한국인이지만 서구적으로 생겨서 피해받는" 민간인을 하나 주제로 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대부분은 대한민국에서의 혼혈인의 삶에 대해서 취재하였다. (깨알같이 까메오로 인터뷰한 분이 바로 가수 인순이씨였고) 그때 인순이씨도 이야기하듯이 혼혈이 어느 정보 밥먹으로면 연예계에 종사하거나 노가다(..)판밖에 없다는 것.

여기서 연예인이라고 하면 인순이씨처럼 1급 연예인뿐 아니라 밤무대 무희나 4류 가수(일부는 당연히 성매매도 암시하는-방송에서도 은근히 그 이야기를 깔았고- 다른업무를 겸하는)까지 포함한 것이고.

2. 사실 한국에서의 "혼혈"이라는 건 "잡종"이라는 멸시 이외에도 전쟁 당시 "불건전한 행위"로 태어난 혼외자라는 의미도 있었기에 한국에서는 경안시 되는 경향도 있었다. 정상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한 사이에서의 혼혈이라도 으례 "저 년 돈때문에 저런 놈과 결혼했을거"라는 멸시도 같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진보쪽에서도 이런 소수자들에게 긍정적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주한미군 상대 성매매여성에 대한 "동정"은 있을 지언정 혼혈은 아주 경멸하다시피했고(대한민국 진보라는게 극단의 민족주의 범벅인게 있겠지만) 조정래의 소설에서도 혼혈은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부정적이고 심지어 "일본놈과의 혼혈-그것도 강간에 의한 출생임에도-은 근본적으로 쓰레기"라는 어마무시한 철학이 나오고 있고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으니.. 사실 사회의 이면에서의 혼혈아 문제에 대한 고찰은 의외로 서울신문같은 보수(박정희때!!)매체나 mbc 같은 주요 언론에서나 다룰 정도였다.

뭐 일본 연예인들중에 혼혈이 많다고 "일본은 혼혈에 대해서 자유롭거나 일본은 피가 썩었다"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였고. 심지어 일본 시민운동가 노마 필드가 창비에서 번역된 책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에서 "쇼와시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파해치는 일본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운동가"들을 취재하면서 "그래도 긍정적인 일본 시민사회"를 그렸다고 (노마 필드가 작가 이름에서 보듯이 미국 혼혈이다. 기지촌에서 결혼 빙자 동거한 미군과 일본 식당 종업원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일보 서평에서 "미국에 강간당한 튀기 여성에서나 나올법한 쓰레기 같은 글"이라고 전여옥이 대놓고 욕한건 뭐.. 

전에 올린 모 작가(문통하고 친하다고 드립치는 성희롱 변태)의 작품인 "숲은 잠들지 않는다"에서도 여주인공을 위해서 목숨까지 걸 정도로 사랑했던 혼혈아 "쫀" 은 결국 마지막에는 "어머니의 나라에서도 버림 받은 나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한번 길을 찾아보겠다"라고 주인공의 곁을 스스로 떠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주류에 들수도 없고 들어서도 안되는 것을 강요하는 혼혈인의 처지를 대표하는 것이다. 실지로 그 작품에서 등장하는 근본 이야기도 "독립운동가의 딸이자 며느리가 어찌 튀기 여자를 낳았느냐"라고 경악하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이고 누구도 인물들의 이런 사고는 "비판하지 않는다" 

3, 이런 혼혈의 입지는 다문화 시대가 들어서면서 나아지리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장애요인"은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지금 다문화 혼혈 어린이들이 사회에 나오고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언론인" "다문화 가정출신의 전문직" "다문화 가정출신의 정치인"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겪는 건 그렇게 밝은 미래는 아닐 것이다. 아닌말로 "내가 싫어하는 정당의 정치인이 다문화 출신"이라고 하면 무슨 욕을 먹을지 짐작 가능하지 않는가? 문통이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 안 했다고 갑자기 모 사이트에서 "성소수자들의 범죄" "성소수자들의 악행"이 "발견"되고 성소수자들이 조롱받았던게 2017년의 일이고.. 오래전 대선에서는 "이명박이 다문화 정책을 시작했다"는 찌라시가 돌아서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비난이 시작된건..."민주국가"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덧: 이웃분께서 동남아 혼혈에 대해서 아버지가 생활비 대는 법안 이야기를 좀 하셨는데 미국은 그런게 있다(...) 물론 생물학적 아비가 돈을 대는건 아니고. 미국정부에서 미군이 주둔한 국가 태생의 혼혈로서 그 아버지가 주둔군 출신임이 확인된다면 신청시 "소정의 보상금과 미국 정착 이민 비자" 발급해주는 제도가 있었다.(sbs에서 방영한 tv 영화로 이런 식으로 자기가 전쟁중에 남긴 베트남딸을 "미국의 본처의 허락아래" 입양하는 스토리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 딸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고민하다가 가슴으로 받아준다는 결말이지만) 즉 미국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는 이야기.

한국의 기지촌 혼혈들도 이런식으로 미국 이민을 택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이들 전부는 미국내 한국인 이민사회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되었었다. 그리고 미국내 하류층이라도 편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기서도 견디지 못해서 역이민을 한 케이스도 많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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